≪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던 경찰이 또다시 국민을 다치게 만들었습니다≫용혜인
≪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던 경찰이 또다시 국민을 다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농성장에 들렀습니다. 한 희생자의 어머님께서 경찰의 완력에 의해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소식을 듣고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어버이날, 경찰은 정당하게 집회신고를 낸 유가족들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완력으로 막아섰습니다. 분명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였습니다. 경찰은 합법 신고된 집회임에도 집회시위 물품 반입이 불법이라는 어깃장을 놓으며 물리력을 동원해 유가족을 고립시키고 집회 물품을 빼앗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어머님께서는 경찰의 완력에 밀려 쓰러져 온몸에 멍이 들고 갈비뼈에 금까지 가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참담합니다. 집회신고를 마친 집회에서 경찰의 역할은 해당 집회가 무탈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랬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유가족 2명이 구급차에 실려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찰은 유가족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모욕적인 진압을 이야기하다 결국 눈물을 쏟으시는 유가족분의 곁에서,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온전히 슬픔을 추스를 시간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나선 유가족 앞에서 최소한의 예의조차 상실한 정부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막아내지 못한 경찰이,
그래서 유가족 앞에서 백번사죄해도 모자를 경찰이
오히려 또다시 국민을 다치게 했습니다.
도대체 이 정부의 몰염치의 끝은 어디인가, 치가 떨립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쏟아지는 폭력과 모욕을 방치하고 있는 가장 큰 책임 주체는 정부여당입니다. 애초에 여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논의에 책임있게 나섰더라면 유가족들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 농성장을 차릴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두고 ‘총선 전략 특별법’이라는 희대의 망언을 늘어놓으며 유가족과 국민을 모욕하고 있습니다. 여당이 아무리 악의적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려고 한들, 국민들은 참사를 정쟁화하고 있는 것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200일이 됩니다. 지난 2월 5일, 국회에서 책임있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유가족과 국민 앞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약속했던 그 날로부터 벌써 또 100일의 시간이 흘러온 것입니다. 여전히 그 날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마음을 짓누릅니다.
그러나 유가족과 국민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기어이 진실을 밝히리라 믿습니다. 또다시 ‘가만히 있으라’를 강요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더욱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본소득당 역시 해야 할 일을 꿋꿋이 해나갈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이태원 참사 200일을 맞아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대학 연속 간담회를 주최합니다. 참사 200일을 기점으로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통과, 더 나아가 피해자 권리 회복까지 심도 깊은 논의와 연대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2023년 5월 14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