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대통령부터 면직하십시오

2023. 5. 30. 23:52우리가 알아야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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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대통령부터 면직하십시오≫용혜인

대통령실은 이번 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을 감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불법과 월권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어코 언론을 탄압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입니다.

대통령실의 방통위원장 면직 시도는 ‘월권’입니다. 방통위원장은 방송통신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통위법에 따라 신분을 보장받고 있고, 면직 또한 결격사유가 발생하거나 국회의 탄핵 결정에 따라 파면된 경우 등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즉 방통위원장의 혐의가 어느 하나 확정된 것 없는 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통위원장을 면직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한상혁 위원장이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면직을 강행하겠다고 고집합니다.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국민 159명을 잃은 참사의 책임자였던 이상민 장관에 대해서는 “정무적 책임도 책임이 있어야 물을 수 있는 것”이라던 대통령께서, 이번엔 검찰의 기소만으로 면직을 할 수 있다며 말을 뒤집었습니다. 과거의 윤석열과 현재의 윤석열이 싸우고 있는 꼴입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여당은 납득할만한 해명을 단 한 줄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주장하고 있는 한상혁 위원장의 ‘위법한’ 면직 사유 역시 허술하기 그지없습니다. 한상혁 위원장을 둘러싼 핵심 의혹이었던 TV조선 점수조작 지시는 검찰의 구속영장에도 담기지 못했습니다. 앞장서서 한 위원장을 기소한 정치검찰조차도 해당 의혹을 명확히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법원 역시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 등 통상적인 기각 사유가 아니라,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구속을 기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즉 사법부 역시 현 단계에서 한상혁 위원장의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율사 출신이 그렇게나 많은 정부여당이 이 의미를 모를 리 없습니다. 결국 불법을 감행해서라도 정치적 반대세력을 숙청해내고야 말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고작 임기가 두 달 남은 방송통신위원장을 무리수를 두어서까지 잘라내겠다는 대통령의 고약한 심보 이면에는, 자신을 향한 국민의 비판을 모조리 묵살하겠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중소기업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인이 77%라는 말에, ‘이게 진정한 지지율’이라던 대통령의 낯뜨거운 자화자찬이 이를 증명합니다. 본인의 비속어 논란을 모면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MBC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심지어 전용기 탑승 배제까지 했던 전적은 또 어떻습니까. 정부의 무능을 향한 국민의 쓴 소리가 모두 언론과 야당의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관심법으로만 일관하니, 헌법도 국민도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고 있는 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감탄고토야말로 끝내 스스로를 위태롭게 만드는 늪이 될 것입니다. 반대세력을 전부 숙청한다고 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해서, 극우유튜버를 시민사회수석 자리에 앉힌다고 해서, 지록위마식 말장난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처참한 평가를 외면한다고 해서, 대통령 본인의 무능을 가릴 순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방통위원장 면직 입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회가 이상민 장관을 탄핵 소추했을 때, 대통령실은 ‘의회주의 포기’라는 여섯 글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이 끝끝내 방통위원장 면직을 강행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포기’라는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임을 경고합니다.

2023년 5월 30일
제26차 대표단회의에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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