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2023. 3. 3. 15:12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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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얼굴 한쪽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코가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할 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 온 이유를 생각해내곤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회복지과에서 나왔는데요"

"너무 죄송해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요,
어서 들어오세요"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롱뿐인 방에서 훅하고 이상한 냄새가 끼쳐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어린 딸에게
부엌에 있는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킨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얼굴은 왜 다치셨습니까?"

그 한마디에 그녀의 과거가
줄줄이 읊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나 다른 식구는 죽고
아버지와 저만 살아남았어요."

그때 생긴 화상으로 온몸이
흉하게 일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허구한 날 술만 드셨고 절 때렸어요.

아버지 얼굴도 거의 저와 같이 흉터 투성이었죠.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집을 뛰쳐나왔어요."

그러나 막상 집을 나온 아주머니는
부랑자를 보호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몇 년 간을 지낼 수 있었다.

"남편을 거기서 만났어요.
이 몸으로 어떻게 결혼을 했냐고요?
남편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지요"

그와 함께 살 때 지금의 딸도 낳았고,
그때가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행복도 정말 잠시,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후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철역에서 구걸하는 일뿐.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녀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성형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러 번의 수술로도
그녀의 얼굴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나요.
원래 이런 얼굴인데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수술만 하면 얼굴이 좋아져
웬만한 일자리는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는 달리
몸과 마음에 상처만 입고
절망에 빠지고 말았단다.

부엌을 돌아보니 라면 하나, 쌀 한 톨 있지 않았다.

상담을 마치고, "쌀은 바로 올라올 거고요.

보조금도 나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며 막 일어서려는데 그녀가 장롱 깊숙이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손에 주는 게 아닌가?

"이게 뭐예요?"

검은 비닐봉지에 들어있어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나는 것이 무슨 쇳덩이 같기도 했다.

봉지를 풀어보니 그 속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 가득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 것이었다.

"혼자 약속한 게 있어서요.
구걸하면서 1000원짜리가 들어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 시력을 읽어가는
딸아이 수술비로 저축하고,

그리고 100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노인분들을 위해 드리기로요.
좋은데 써 주세요."

내가 꼭 가지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뒤로하고 집에 와서 세어보니
모두 1006개의 동전이 들어 있었다.

그 돈을 세는 동안 내 열 손가락은
모두 더러워졌지만 감히
그 거룩한 더러움을 씻어 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한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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