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분위기도 맞지 않고 북성로 분위기도 맞지 않는 참 애매한 나이가 됐다.

2023. 3. 3. 15:29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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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내 중심가에  동성로와 북성로가 있다.  일제시대 부터 해방이후, 1970년대 까지는 북성로가 대구 최고의 번화가였지만 80년대 이후부터는 동성로가 최고의 번화가가 됐다.

그 북성로에 경상도 도청에 해당하는 경상감영이 있었다. 지금은 경상감영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경상감영 공원은 마치 서울의 탑골 공원처럼, 노인들만이 모여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매우 정적인 분위기다.  젊은이들이 모여 거니는 동성로의 동적이고 활기찬 분위기와는 전혀 딴 판이다.  

노트북 작업을 하러 갔던 커피숍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적당한 커피숍을 찾으러 이리 저리 배회하다 우연히 경상감영 공원근처까지 갔다. 경상감영 공원 주변에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들이 좀 있다.  최백호 노래 속의 도라지위스키 팔던 다방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노인들이 찾는 옛날식 다방들이다.  

거기 있던 한 다방에서 80년대 가요가 흘러나왔다. 들어갈까 하다가 도저히, 옛날식 다방 분위기가 작업에 맞지 않을 것같아서 들어갈 수 없었다.  다시 동성로쪽으로 배회하다가...

딱 동성로와 북성로 중간 지역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인 메가커피숍을 발견해서 찾아 들어왔다.  메가커피숍은 서울이나 대구나,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이다.  마침 가장 구석에 아늑하기까지 해서 노트북 작업하기에도 가장 알맞은 자리도 있었다.

동성로 분위기도 맞지 않고 북성로 분위기도 맞지 않는 참 애매한 나이가 됐다. 내가 나이가 더 들면 북성로를 찾아갈지? 그렇지 않을 거 같은데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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