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3. 15:29ㆍ카테고리 없음
초창기 K-Pop 산업을 일으킨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창업주가 경영권(지분) 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지분을 업계 최대의 라이벌 기업에게 모두 넘겼다.
방시혁이 이끌고 있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1대 주주인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수만)의 SM 지분 18.46%를 4228억 원에 인수해 SM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 352만3천420주(14.8%)를 4천228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지난 7일 카카오가 "다음 달 6일 SM엔터가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 123만주를 1119억3000만원에 취득하는 한편 같은 날 전환사채 114만주를 1052억2200만원을 사들일 것"이라고 발표할 때는 카카오와 현 경영진이 이수만을 상대로 승리할 것처럼 보였던 상황이 180도로 바뀐 것이다.
이 사건을 볼 때 유심히 지켜봐야 할 부분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하이브의 SM에 대한 역할이다. 이와 관해 언론들은 하이브를 두고 "이수만의 백기사(white knight)"역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반면, 이수만과 대립하고 있는 현 경영진들은 하이브의 인수를 "'적대적 인수"라고 규정하고 있다. '적대적 인수'가 되면 하이브는 백기사가 될 수 없다. 다만 이는 현 경영진의 입장이다.
'백기사'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는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우호적으로 돕는 사람 혹은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주주의 지분을 공개매수해서 최대주주가 되고 나아가 회사 경영권을 가져가는 경우, 즉 하이브가 이수만의 지분을 인수해서 회사 '경영권까지' 가져가는 경우라면 하이브를 '백기사'라고 부를 수는 없다.
다만 일설에, 인수 이후 하이브는 이수만의 경영권 회복을 꾀하고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점을 생각하면 하이브를 '백기사'라고 할 수도 있다. 최소한 문학적 비유로서의 백기사다. 일단 하이브 측은 이수만의 '프로듀서 복귀설'은 부인했다.
중요한 점은 '백기사'라는 호칭은 특정 경영진의 이해관계에 따라 생겨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백기사인지 아닌지와 관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인수 합병을 포함한 모든 기업 행동의 동기와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지다.
이는 특정 경영진에 이익이 되더라도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했을 때 이들에게 손해가 되는 행위를 한다면 그를 백기사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하이브가 이수만 SM 총괄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 SM의 현재, 그리고 장래의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기존 이수만의 행위가 SM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최선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까지 이수만은 자신이 지분 100% 소유하는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세우고 아이돌을 프로듀싱하면서 이익을 챙겨갔다.
그러나 이수만은 문제가 됐던 라이크기획과 SM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또 하이브와 인수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몰조항에 따라 일부 수수료가 이 전 총괄에게 지급되는 내용을, SM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지급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수만이 가지고 있던 SM 관계사의 지분도 하이브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현재 하이브의 이수만 지분 인수(및 이수만의 경영권 회복까지 고려해도)를 놓고 볼 때 최소한, 카카오엔터보다는 하이브가 SM의 이해관계자에게 더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브는 BTS,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등 최근 가장 핫한 K-Pop 스타들을 거느리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이다. SM은 이러한 하이브와의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이브는 "SM 인수를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미국, 일본에 거점을 형성해 글로벌 경영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멀티레이블 전략의 완성을 통해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다양한 레이블 법인들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 측은 지배구조 개선과 관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갖추겠다"고 밝히고 또 "소액주주 이익 제고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해당 계획의 일환으로 최대주주 보유 지분 인수가와 동일한 가격에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하여 최대주주가 누리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자금조달 등의 제반 절차는 이미 완료된 상태로 알려졌다.
하이브가 이수만의 백기사냐 아니냐는 입장과 관점에 따라 '백기사일 수도 아닐 수도'있지만 어쨌든 하이브는 SM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나도 내부사정은 잘은 모른다. 혹시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