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2023. 5. 30. 23:53우리가 알아야할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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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용혜인

올해 2월 출생아가 2만 명도 되지 않아 역대 최저 출생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늘,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 발표자로 참석했습니다.

합계출산율 0.78, 굉장히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심지어 내전 상황의 출생률보다 낮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당장 종말이 닥칠 것처럼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인구종말론으로는 현실을 제대로 진단할 수도,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냉철한 이성에 입각한 제대로된 분석과 숙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가족을 구성하지 않고 재생산을 멈추는 선택을 하고 있는가”

지금의 인구위기에 대한 저의 핵심적인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출생아 수가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을 때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부도와 가정파탄을 겪은 X세대, 부동산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어낸 밀레니얼 세대에서 출생률은 가파르게 하락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저출생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해법 역시 명확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이 겪고 있는 ‘삶의 위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만이 현재의 인구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애 낳으면 돈 주겠다는 낡은 정책으로는 0.78이라는 초저출생이 반복될 뿐입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의 불안정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소득 안전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은 꼭 필요한 전제입니다. 아울러 임출육 불이익에 대한 구속력 있는 조치들을 마련하고, 모두가 충분히 성평등하게 돌봄과 육아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동·돌봄 제도 역시 근본부터 재설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제가 대표발의한 <생활동반자법> 역시 인구위기 대응을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법입니다.

실제로 방송인 사유리씨의 사례처럼 결혼과 상관 없이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변한 사람이 10년전만 하더라도 22.4%에 불과했지만 2022년 34.7%까지 높아졌습니다. 혈연과 혼인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가족 단위를 넘어 가족을 재정의하는 일은, 보다 자유롭게 아이를 낳고 키우는 환경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들은 살기 좋은 환경이 보장되면 개체수를 늘리고, 환경이 척박하면 개체수를 줄입니다.
저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삶이 안정적이고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물려주고 싶고 함께 꿈꾸고 싶은 미래가 보장되는 사회여야
인간 역시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미래를 앞당길 수 있도록,
기본소득당은 인구의 ‘양’이 아니라
인구의 ‘질’을 높이는 논의로 나아가겠습니다.

2023년 4월 26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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