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조종사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주도했다가 해고된 조종사 하효열 씨

2023. 8. 12. 12:53다양한 이야기

728x90
728x170

펌))) (1999년 우리나라 최초의 조종사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주도했다가 해고된 조종사 하효열 씨가 끝내 복직되지 못한 채, 해고된 지 23년만에 정년을 맞았습니다. 대한항공 창업주 조중훈 씨가 사망하면서 “하효열이는 절대로 복직시키지 말라”는 유언을 했다는 소문까지 있었습니다.

23년 동안 해고 노동자였던 선배 조종사의 정년을 맞아 후배 조종사들이 기념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저에게 축하말을 부탁하기에 저는 아래와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2001년 하효열 씨가 구속됐을 때, 하효열 씨의 아내 홍정연 님이 제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남기셨습니다. 그 글 중 일부를 요약해서 소개하는 것으로 제 축하말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데릴러 갔더니, 엄마를 보고 반갑게 뛰어 나온 아이가 태평스레 말합니다.

 

“엄마, 우리 오늘 학교에서 가족 소개 했는데, 내가 ‘우리 아빠는 조종사라 아직 감옥에 있고, 난 아빠가 몇 달 째 감옥에 있어서 너무 심심하다’고 했다.”

아빠의 구속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니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합니다. 아이네 반엔 조종사가 아주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니네 아빠가 정말 조종사야? 뻥이지?” 하며 눈을 크게 뜨던 남자애들도 있었는데, 그 애들이 “조종사라 감옥에 있다”는 소릴 들으며 이번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아이는 한참을 크게 웃습니다. 그러더니 묻습니다.

“엄마, 근데 노조했다고 사형시키진 않지?”

어제는 남편이 구속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고, 5차례의 공판 끝에 검사의 구형이 있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10월 15일에 선고를 하겠다고 했으니, 이제 머지않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요. 어떤 선고를 받을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 아빠가 치사한 사용자가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여서 아이에게 부끄러움 없이, 거짓 없이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

가족들이 굳굳하게 잘 견디고 있다는 글이었지만 따님이 얼마나 아빠 걱정이 됐으면 “노조했다고 사형시키진 않지?”라고 엄마에게 물어봤겠습니까? 그 따님이 지금 서른살이 됐습니다.

오늘 아침에 제가 인천공항에 일이 있어서 일찍 갔다가 인천공항 2터미널 롯데면세점노조 김금주 위원장과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롯데면세점노조는 회사의 탄압을 받아 450여명의 조합원이 한 달만에 2명만 남은 조직입니다. “위원장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조합원이 최소한 한 명은 있어야 한다”며 단 한 분의 조합원이 위원장 곁에 남았습니다. 두 분의 조합원은 “회사가 우리를 죽일 수는 없을 거에요”라는 각오로 모진 탄압을 견디고 있습니다.

김금주 위원장에게 “오늘 하효열 씨가 정년퇴임을 맞아 기념행사를 한다”고 했더니 “사형당하지 않으시고 무사히 정년을 맞으신 것을 축하한다고 전해 주세요.”라고 하더군요.

18년 전인 2005년에 하효열 씨를 대학 수업에 강사로 초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한 대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조종사는 선망의 직업이고 연봉도 꽤 많은 편인데,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그냥 행복하게 사시지 왜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그 많은 어려움을 겪으십니까? 솔직히 그 이유가 뭡니까?”

하효열 씨가 그 질문에 답하며 뭐라고 말을 시작했냐 하면요... “언론용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진실을 원하십니까?”라고... ㅎㅎ 제가 맨 앞줄에 앉아 있다가 “그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데?”라고 물었습니다. 하효열 씨가 “언론용은요, 이 땅에 노동자로 태어나서... 이렇게 시작하는 거고요”라고 해서 제가 “진실을 원합니다.”라고 했더니 하효열 씨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하다 보니까 ‘아, 이놈들이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한낱 비행기를 조종하는 로봇으로 보는구나, 그런 깨달음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6년 동안 노동조합을 준비해서 설립하고 동료들을 가입시킨 사람이니까, 저한테 왜 노조에 ‘가입’했냐고 물어보시는 건 올바른 질문이 아니죠.”

그날의 수업 내용을 정리해서 기말 과제물로 제출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18년이 지나도록 그 과제물을 버리지 못한 채 잘 보관하고 있는데, 그 과제물의 마지막 문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제 축하말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그 분은 정의에 중독돼있는 것 같았다. 인간이 마약이나 담배에만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정의에도 중독된다는 사실은 인류가 인권선언을 낭독하게 한 비밀이고 앞으로도 사회를 지탱하는 단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효열 동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펌) 우리나라 지배층의 문제는 무엇일까? 윤석열이 '우리가 세계의 변화에 준비를 잘 못하여 나라를 빼앗겼다'라고 한 말에 무엇이 문제일까? 핵심은 그 우리가 바로 윤 자신, 조선과 남한의 지배층을 뜻한다는 것이다.

청에 매년 4번 이상 대규모 사신단을 보낸 조선에게 과연 서세동점의 상황과 청나라의 문제점이 보이지 않았을까? 제1차 제2차 아편전쟁의 결과를 몰랐을까? 그런데 왜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왜 쇄국을 고집했을까? 수만리를 배타고 건너온 영국과 프랑스의 군대에 청이 일패도지한 것을 분명 보았을텐데...

그것은 우리 지배층이 오랜 기간 자신의 운명을 한번도 책임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원나라의 부마국이 되어 사실상 고려가 그들의 영토가 된 이래 우리는 독립국이라 칭할 수 없었다. 중국에 무릅을 끊은 대신 안보를 보장받았다. 안보를 대국에 의존하는 것의 정점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이었다. 청이 부상할 때도 외부의 힘을 어떻게 제어하고 침략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도 하지 않고 무엇이 옳으냐 그르냐로 세월을 보냈다. 청나라에 항복하고 겨우 왕조의 생존 보장은 받았지만 외교권을 박탈당했다. 국제법상으로 조선은 속국(vassal state)였다.

19세기 말, 청일전쟁 직전에 전 세계에서 서구에 점령, 그들의 식민 독립국(미국, 라틴아메리카 여러나라) 혹은 식민지가 아닌 나라는 조선, 일본, 태국, 이디오피아 정도였다. 태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완충국으로 위치시키며 슬기롭게 대응하며 독립을 유지했고 이디오피아는 산악에 둘러쌓여 있는 기독교 국가라는 것이 작용했다.

조선과 일본은 당시 서구가 보기에는 통상 이외에는 별로 빨아먹을 것이 없었다. 원거리 무역을 해야 하는 그들로서는 자원, 플랜테이션, 희귀 작물 등이 없는 점이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의 단일 국가를 넘어뜨리는 데에 들 비용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았다. 특히 조선은 청의 속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니 미국의 통상 요구도 거절하고 프랑스 신부를 죽이고도 무사할 줄 알았던 것이다.

조선의 지배층은 일본과 전쟁 한번도 치르지 않고 나라를 내주고 호의호식했다. 일반 인민이 일본과 투쟁하고 수탈과 착취의 고난을 당해야 했다. 그 결과가 중국의 장개석 총통을 움직여 카이로 회담에서 식민지에서 유일하게 2차대전 이후 독립을 보장받았다. 8.15 종전이 되자마자 독립이 약속된 구 식민지는 한국을 제외하고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분단으로 이어졌다.

이제 그 지배층은 미국에 붙었다. 또 그들에게 나라의 안보를 의지했다. 이승만은 전쟁이 나자마자 줄행랑을 쳤고 맥아더는 전투 중인 지역을 순찰했다. 일본 장교 중심의 남한 군대는 졸전을 거듭했고 이승만은 모든 작전권을 미군에 넘겼다. 그것이 아직도 우리 군대가 우리 안보를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낳았다. 미군이 작전권을 넘긴다고 하니 바로 그 일본 장교였다가 별을 단 장성들이 남아달라고 바지끈을 붙잡았다. 태평양 방어를 위해 대만 전역에서 같이 싸울 미국과 일본의 전쟁에 끼지 못해 안달이다. 우리가 방어해야 할 곳은 그곳이 아니다.

외부세력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친구가 되어 도움을 주었다고 굴종할 필요도 없고 적이 되어 우리에게 해를 끼쳤다고 영원히 배척할 필요도 없다. 미국은 조선이 일본에 점령당하는 과정에서는 우리에게 해가 되었다. 영국은 일본과 동맹을 맺고 미국은 조선 병탄을 묵인했다. 2차대전 과정에서 미국은 독립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남한의 유지와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 주도 세계화의 수혜를 우리가 가장 많이 받았다.

그렇다고 거기에 감격하여 굴종할 필요는 없다. 미국도 필요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굴종한다고 미래도 그러리하는 보장도 없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배신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이제는 제발 주도적으로 준비하며 살자. 그런데 윤석열 등 이 땅의 지배층은 굴종을 선택하고 준비도 하지 않는다.

미중대결, 디커플링, 탈세계화, 에너지전환, 미국/유럽의 자국 제조업 강화 등은 우리에게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다 불리한 요소이다. 한반도 문제 관리에도 힘을 부칠 우리가 미일의 중국과의 대결에 붙어 무엇을 하겠다는 얘기인가? 그들에 굴종하고 그들 밑에 있으면 최소한 그들 지배층은 보호가 된다는 말인가? 그들의 아들딸이 대부분 미국에 있으니? 전세계 주요국가에서 작년에 재생에너지 시설 증가율이 줄어든 나라는 아마 남한이 유일할 것이다. 에너지 자원 하나도 없는 나라에서 이 무슨 일인가? 윤석열이 좋아하는 원전 연료도 수입해야 하고 우라늄 농축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 책임지지 않고 단물만 빨아먹다 민중의 고난으로 극복하면 자기가 잘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이 나라 지배층의 모습이다. 이승만, 박정희 무리들이다. 맨날 폭력을 행사하던 자의 아내와 아들이 고생고생하여 집안을 일으키고 성공하면 자기가 다 한 것처럼 구는 못난 남자와 같다.

세계의 변화에 준비를 잘 못하여 나라를 빼앗겼다라고 한 윤석열의 말은 이제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이 된 국제적 질서에서 그와 이 나라 지배층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준비도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펌) 오늘 발표된 갤럽조사에서 중도층의 특징을 보자.

1) 대통령 지지도(국정수행 평가)

- 긍정 29% vs 부정 64%

2) 정당 지지도

- 국힘 28% vs 민주 30%

3) 차기 총선 세력 선호도

- 여당 승리 35% vs 야당 승리 53%

(* 무당층 - 여당 승리 21% vs 야당 승리 44%)

이번 갤럽조사에서 보수층은 340명, 진보층은 250명, 중도층은 300명이 표집됐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한 4명의 당대표 후보자별 호감도 조사가 4문항 배치돼 있어 진보층의 응답과정 중 중간이탈률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2.27 이재명대표 체포동의안 관련 사안때문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민주당에 실망해 일부 지지층이 타정당 지지 또는 무당파로 이탈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고, 차기 총선에서도 윤석열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는 것이 이번 조사의 특징임.

민주당을 흔들고 있는 몰지각한 의원들은 중도층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기 바람. 자기들끼리의 뇌피셜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심을 과학적으로 규명해보려고 노력하다보면 당원들과의 생각의 간극이 좁혀질것임.

참고로 정세 토론회 열리면 언제든지 나가서 의견 개진할 용의가 있으니 저를 불러주기 바람.

<조사개요>

- 조사기간: 2023년 2월 28일, 3월 2일

- 응답방식: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 의뢰처: 한국갤럽 자체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728x90
그리드형